유비쿼터스 – 16부 – 777무료슬롯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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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쿼터스(16)-완결 



언제나 처럼 출근하자마자 이메일을 열었다.

알랑몰랑 창투사로부터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달라는 제의가 담겨있는 메일이 눈에 띄었다.



올챙이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으며, 로봇프로젝트에 투자할 뜻이 있으니 R&D 비용이 포함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정보는 도성그룹의 황영숙 회장으로 부터 진지하게 검토 제의를 받았으며 동일규모로 지분 투자를 검토중이라는 부가설명도 있었다.



일이 시작됐다.

어제 자리를 함께한 김사장의 깐죽거리듯한 말꼬리 부분만 이해할 수 있다면 평생에 걸쳐 꿈꾸어 오던 로봇프로젝트가 진지하게 검토되기 시작된 것이다.



메일의 첨부파일로 함께 보낸 샘플용 사업계획서를 흟어보니 묵직한 서류 덩어리다.

개발자는 개발에만 몰두해야 하는데 이런 서류뭉치와 싸우면서 언제 일을 하란 말인가?



숙에게 전화를 걸었다.



헤어진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전화를 받게되어 무척 기쁜 목소리가 귀에 닿는다.



“좋은일 있어요?” 

“알랑몰랑 창투사에서 이메일이 왔는데, 첨부 서류가 웬만한 논문 두께걸랑?

그거 내가 작성해야해?”



“서류가 너무 많지?

사람 붙혀 줄테니까 신경끄고 연구개발 과정에 투입될 인적자원 구성만 보내줘요.”



“사업하는게 장난이 아니네~

이런 쓸데없어 보이는 서류랑 맨날 씨름하며 살아야 하는거야?”



“그럼, 사업이란 건 아무나 하는게 아냐.

요즘은 프리젠테이션이 개발보다 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걸~”



“아직도 보여주는 일이 더 중요하단말야?”



“보여주지 못하면 누가 그걸 믿고 투자하겠어~

좋은 제품은 항상 존재할 뿐이야.

누가 그걸 생산하도록 투자할 것인가를 설득하지 못하면 사라질 뿐이지.”



“그래? 예전엔 치약만 만들면 누구라도 사갈것이라 믿었는데…”



“아냐, 소금 찍어 이빨 딱던 시절에도 치약은 신기술이잖아?

누군가가 투자하고 광고해서 지금처럼 치약이 생활속에 묻혀버리는데 걸린 시간이 적지 않은거야.

개발자는 정말 단순하다니까~”



“그럼 로봇프로젝트가 성공한다 하더라도 돈 벌라면 딴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거야?”

“당연하죠. 

개발은 그저 수천억개의 개체 속에 하나를 더 창조한 것일 뿐이고

그 개체가 사람들의 의식속에 자리잡으려면 개발보다 더 커다란 노력이 뒤따라야만 겨우 스치듯 사람들의 인식속에 반짝일 뿐이에요.

누군가의 관심을 끈다는 것은 대단한 성공이죠.

그 관심이 있은 후에라도 소용되는 정도가 적다면 아주 빨리 잊혀질 뿐이에요.

당신의 노력이 결실을 맺으려면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것이 아니란 얘기죠.”



“어떻해야해? 개발을 포기하고 자살해 버릴까?”



“아뇨, 당신은 행운아라서 옆에 내가 있잖아요.

내 모든 힘을 다해 당신의 로봇이 성공할 때까지 돌봐드릴꺼에요.”



“숙, 당신의 얘길 들으니 개발자로서의 자부심이 무너지는 느낌이야.”



간단한 전화통화 속에서도 나는 전율스러운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사람들과의 만남.

그 만남으로 인한 관계.

관계된 사람들간의 협력.

협력을 통한 사업자 간의 투합.



인식은 어쩌면 인위적으로 조작된 정보로 부터 상처 받고 있는 것일 뿐이다.

진실은 변하지 않지만 인식은 이처럼 조작된 정보의 반복에 의해 학습될 뿐이라면 자연과학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새로운 물질에 대한 발견 욕구를 충족할만한 사회적 성숙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그저 존재하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개체를 만들고, 

만들어진 개체를 통해 재화를 축적하고

축적된 재화로 편안함을 추구하는 일반인의 욕구가 사회에 팽배하다면

나는 이미 싸워보기도 전에 패배한 전장의 장수는 커녕

이기고 진 것에 대한 개념도 갖지 않고 우루루 무리지며 흩어지고 모여드는 쫄따귀에 불과한 초라한 존재였다.



싸워야 한다.

인식의 세계를 내가 원하는 세계로 바꾸려는 몸부림이 있어야 한다.

죽어서도 후회하지 않을 삶을 위해 오늘을 불살러야 한다.

하지만 내게 놓인 현실은 금전을 빼고 논할 수 없는 경제논리에 걸쳐져 있을 뿐이다.



피하면 얻어질 것이 없다.

부딪히면 산더미 처럼 요구하는 문서속으로 내 머리를 몽창 다 떨어 넣야 한다.



“좋아, 그럼 내게 사업계획서 작성 전문가 한명만 붙혀줘.”

“알았어요. 어제 그 호텔에 임시 사무실을 만들어 놓을테니, 저녁때 술 마시지 말고 로비로 와요.”



모두 치밀하게 기획된 일이다.

한 사람의 힘으로 부딪혀 장벽을 뚫기에는 힘이 부치는 일들이다.

창 밖에 수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부딪히며 피하며 저 사람들은 어떤 의식세계를 존재시키며 하루를 이어갈까?



점심때 탁과 짜장면을 먹었다.

그 자리에서 사표를 내야 겠다며 올챙이 프로젝트 팀장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탁은 자신의 행위가 결국은 나를 멀어지게 했을 것이란 마음에 미쳐 잡지 못하고 눈물을 흘린다.



오후 퇴근에 앞서 사장실을 찾아갔다.



“송사장님, 전 내일자로 회사를 그만 두겠습니다.”

“그래? 당신 할일 많이 남았잖나?”

“아뇨, 올챙이 프로젝트는 원만하게 추진될 것입니다.

탁과장이 전체를 어우르면 이과장의 기술적인 지원속에 상품화에 성공할 것입니다.

전, 너무 지쳤습니다.

또 제가 해야할 일도 얼추 끝났다는걸 사장님께서도 잘 아실테고요.”



“그래, 황회장으로 부터 자네의 올챙이 프로젝트에 관한 얘길 처음 전해 들었지.

우리 직원인 자네의 일을 너무 소상하게 알고 있는 황회장에 대한 의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네.

이번 올챙이 프로젝트에 투입될 자금은 전부 그 회장께서 자네를 위해 투자해 줬네.

다만 자네에겐 얘기하지 말라고 했을 뿐이야.”



“아, 사장님이 그래서 제가 은밀히 진행하던 올챙이 프로젝트를 알고 계셨군요?”

“그렇다네.

황회장은 여장부중 으뜸이야.

자네가 꿈꿔오던 로봇프로젝트는 내가 감당할 힘이 없네.

언젠가 자네가 사표를 내면 곧 바로 일이 시작될 것이라는 말을 황회장이 남겼는데,

그 날이 바로 오늘이었군.”



“죄송합니다. 사장님.”



“아냐, 황회장이 얘기하더군.

자네가 사표를 낼 결심이 섰다는 것은 커다란 절망을 느껴 벽에 머릴 부딪히고 싶은 심정일 때라고…”



“사실 큰 벽을 느낍니다.”



“그 벽이 보이면 황회장을 찾아가게.

자네가 느낀 벽은 나에게도 커다란 벽일 뿐이야.

하지만 황회장을 만나 도움을 청하면 자넨 그 벽을 뛰어 넘어 원하는 바를 쉽게 이룰수 있겠지.”



“짐 정리는 몇일 후에 하러 오겠습니다.

그동안 믿고 제 일을 추진해준 사장님의 은혜는 잊지 못할 것입니다.”